친구님 글방

삐리리삐이삐삐-

YS벨라 2012. 1. 9. 18:16



솔라버드 / 이명윤
-언제나 숲 속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그녀의 상품가치는 
누군가가 그녀의 가슴에 장치한 울음
깜찍한 눈매와 날개로 
빛을 먹고 노래하는 그녀는
유명 쇼핑몰의 기획 상품이다
사람들은 짹짹 입을 모은다
살아있는 새보다 훨씬 낫지
계절이 바뀌어도 삐리리삐이삐삐
바람이 불어도 삐리리삐이삐삐
훨훨 날아가지 않고 
밥만 먹으면 노래하니
지치지도 않고 삐리리삐이삐삐
세상의 귀를 즐겁게 해 주니
매일매일 노래를 들으며 
출퇴근하던 어느 날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늘 그 자리에서 보는
표정 없는 얼굴
좀 더 새답게 만들어 줄 수는 없나
그녀의 감정은
애당초 사용설명서에 없는 것인데
상품이란 본래 그런 것인데
어리석게도 나는 문득 슬퍼졌다
삐리리삐이삐삐-
나 역시 꿈을 지운 계약상품이니 
하루 또 하루 
가슴에 없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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