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이 레퀴엠은 독일어를 가사로 하고 있는 점에서
보통의 레퀴엠과 차이가 있다.
즉 이 레퀴엠은 가톨릭교회의 예배 식에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음악회용이다.
절망 속에서 써내려간 명작 합창곡
국립합창단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Ein deutsches Requiem" op. 45
Brahms
독일 레퀴엠은 고금의 합창곡 중에서 예술미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장엄미를 잘 표현한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레퀴엠’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으로,
일반적으로 라틴어의 가사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전7곡으로 이루어짐과, 내용적으로 창조주의 힘, 인생의 무상함,
심판의 공포, 죽음에의 운명, 위안, 남은 자의 슬픔,
그리하여 부활의 희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보통 라틴어의 레퀴엠에 가깝다.
브람스가 독일 레퀴엠을 완성하기까지
브람스는 이 레퀴엠의 가사를,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1537년 판 신약과 구약 성서에서 직접 텍스트를 발췌했다.
곡의 완성에는 약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1856년 여름에 은사 슈만이 정신적인 장애를 겪고
비극적인 생애를 마친데 대한 그 슬픔과,
죽은 은사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 이 레퀴엠성립의 주요 동기이다.
슈만은 작곡가로서나 문필가로서 유럽음악계의 큰 어른이었고,
브람스의 성공을 도와준 사람이었다.
여기에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를 잊지 못하여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브람스가 아닌가?
남편과 별거 후 외롭게 노년의 생활을 보내던 어머니가 죽은데 대해,
브람스가 이 레퀴엠의 완성을 서둘렀다는 것은 사실이나,
이 작곡은 벌써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브람스는 노모의 사후 9주일이 지나,
이미 9년 전에 슈만의 죽음에서 생각한 <독일 레퀴엠>을
이번에는 기필코 완성해야겠다고 진지하게 착수한 것이다.
브람스는 1866~67년에 이 작품을 쓰는데 집중했다.
1867년 여름 이 곡의 악보를 받아 든 클라라는 '눈물 없이는 연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브람스는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이 레퀴엠을 써내려간 것이다.
마침내 1867년 12월 브람스는 레퀴엠 중 3곡만을 빈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1868년 4월에 6곡을 브레멘 성당에서 연주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브람스는 제5곡을 추가했다.
1869년 2월에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현재의 모습을 갖춘
전7곡의 <독일 레퀴엠>을 초연무대에 올리게 된다.
이날 공연은 브레멘 때처럼 강열한 감동으로 청중들을 압도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브람스는 훗날 이 작품 제목의 '독일'이라는 단어를 '인류'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레퀴엠>의 아치형 구조
오늘날 남아 있는 레퀴엠의 전7곡 중 제4곡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 지요'는
이 작품의 감정적인 중심축을 이루고
나머지 여섯 곡이 제4곡을 중심으로 거대한 아치형의 구조를 형성한다.
전 7곡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I. 애통한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II.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III.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Herr, lehre doch mich)
IV.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
V.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Ihr habt nun Traurigkeit)
VI. 이 지상에는 영원한 도성은 없고(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
VII.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Selig sind die T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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