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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베르메르 - I . 우유따르는 하녀

YS벨라 2011. 8. 20. 17:03

 

 

 

 

 

 

 

 

 

 

 

 

The Kitchen Maid c. 1658

Oil on canvas 45,5 x 41 cm 

Rijksmuseum, Amsterdam

 

 

 

  

 <우유 따르는 하녀>는 종교화에 가까운 풍속화다.

17세기 네덜란드는 덤덤한 일상의 삶을 들추어 따끔한 교훈을 구하기 좋아했다.

속담, 격언, 일화, 동화의 내용들도 한 꺼풀 벗겨내면 경건한 신앙고백이기 일쑤다.

부엌 바닥에 내놓은 발 데우는 기구는 `한결같은 마음', 또는 `변치 않는 정절'을 뜻하고,

 밝은 빛이 비치는 유리창은 신성, 또는 하녀의 맑고 순결한 영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림 속의 하녀는 그 당시 교훈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주님에게 충복하는 하녀'가 된다.

 

 또 하녀가 입은 옷과 두건 색깔 적청황백은 불, 물, 흙, 바람,

곧 인간의 몸과 영혼을 이루는 사 원소를 말하는 게 아닐까?

그림 왼쪽 유리창은 한 귀퉁이가 깨져서 그림 속 정적의 틈새로 빛이 흘러든다.

그림 속에 우유가 흐른다. 빛이 흐르고, 옷 주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고, 보는 이의 시선이 따라서 흐른다.

그림이 그려지고 350년이 지나도록 흐름은 쉴 줄 모른다.

화가는 문득 스치는 일상의 그릇 속에 바른 삶을 인도할 절제의 덕목을 쏟아 부었다.

 

  1696년, 화가 베르메르가 죽고 스무 해쯤 지나서 유작 한 점이 경매에 출품됐다.

높이 두 뼘이 채 모자라는 소품이었는데, 낙찰가가 무려 175굴덴.

웬만한 중산층 일가족의 한 해 생활비로 쓰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림에 나오는 등장 인물은 여자 하나와 탁자 하나에다 허연 빈 벽하고 맨 바닥이 전부다.

눈을 비비고 봐도 뾰족할 게 없는 그냥 부엌 그림을 가지고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끌렸을까?

 

 

 

 

 

 

 

 

 

 

 우유 따르는 여자는 옷차림과 머리 두건 모양새가 평범한 하녀다.

흙으로 돌려 구운 듯한 수더분한 몸매에 두 뺨이 발그레하니까 한 스물쯤 되었을까?

하녀는 투박한 옹기 단지를 들고 대접에다 우유를 따른다.

 

  그림 왼쪽 창틀 소실선이 요구하는 시점은 하녀의 오른팔 위 부분 근처다.

단지를 기울이자 우유가 단지 주둥이 오목한 끝 부리에 모였다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하얀 우윳발이 실타래처럼 외로 꼬이면서 빈 대접을 채운다.

쪼르륵 소리가 들린다.

 

 하녀의 오른손 모양하고 우윳발 굵기로 봐서는 따르는 걸 곧 멈출 모양이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심지어 그림 속 얼어붙은 시간조차 가느다란 우유 줄기에 묻어서

저 혼자 속살대며 흐르는 것 같다.

 

 

 

 

 

 

 

 

 

 

  이 그림을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이 봤더라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그 당시 항아리를 기울이는 건 예외 없이 강의 신들이었다.

수염이 근사한 강의 신들이 웃통을 벗은 채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큼직한 항아리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서

강물의 항구한 속성을 빗대곤 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웬 여자가 서서 두 손으로 우유 단지를 기울인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기독교 도상 전통에 따르면 그림 속의 하녀는 절제의 우의로 볼수 있다.

`절제'를 뜻하는 템페란티아는 일찍이 토마스 아퀴나스가

일곱 패덕에 능히 맞서는 네 가지 덕목 가운데 하나로 꼽은 적이 있었다.

지옥 구렁에서 솟아날 구원의 동아줄이라는 것이다.

 

 

 스콜라 철학은 맛난 음식과 향긋한 술을 탐내지 않고,

공명을 겸손으로 달래고, 헛된 배움의 욕구를 지혜로 대신하고,

공연한 권리 주장을 삼가고, 방탕에 실족치 않고,

정결한 삶을 지키는 일이 죄다 절제하는 힘에 있다고 보았다.

서양 미술에서 여성명사 `절제'는 대개 젊은 여자가 한 손에 목이 긴 호리병을 높이 들고

다른 손에 쥔 술잔에 포도주를 따르는 자세를 취한다.

너무 기울면 자칫 잔이 넘치고, 덜 기울면 술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니,

그때그때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절제의 까다로운 교훈은 지나친 낭비와 감질나는 인색, 둘 다를 경계한다.

300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은 포도주나 우유나 물을 조심스레 따르는 여자들을 지켜보면서

오래 전 태양의 열기와 파도의 위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던

이카로스의 운명과 비교하기 좋아했다.

태양과 겨루어 이기려는 자만을 누르지 못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던 옛 신화는

깃털을 이어 붙인 밀납이 녹아 내려서 그만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우의 템페란티아는 술이든 우유든 쏟거나 엎지르는 법이 없었다.

 

 

 

 

 

 

 

 

 

 베르메르는 부재를 통해서 존재의 가치를 드러내는 재간이 남달랐던 화가다.

이 그림에는 뭐가 빠졌을까?

하녀가 혼자 등장하는 부엌은 살림이 퍽 간촐하다.

탁자에는 수수한 식탁보, 빵과 우유, 그리고 파란 법랑을 씌운 백랍 물주전자 밖에 `없다'.

여기서 빵과 물병은 성찬식의 기억을 일깨운다.

우유는 `갓난아이처럼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구하라'는 성서의 비유대로 신성의 상징이다.(I 베드로 2:2)

그렇다면 우유를 쏟고 담는 질그릇들은 흙에서 난 인간의 육신을 빗대지 않았을까?

  

 식탁도 가난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부엌에 흔히 나옴직한 청어나 소시지, 버터나 치즈,

양파나 달걀, 굴이나 과자 따위가 하나도 `없다'.

만약 있었더라면 탐욕과 사치, 식탐과 육탐의 비유로 읽어야 했을 것이다.

 

 

 

 

 

 

 

 

 

  뒷벽에는 못 두어 대가 박혀 있고, 긁힌 자국과 못을 쳤던 흔적이 남았다.

깨끗이 빨아 입은 낡은 옷처럼 친숙하고 정겹다.

 벽에는 사냥에서 잡은 자고새도, 저녁 시간을 밝힐 양초도 걸려 있지 않다.

털 뽑은 거위도, 납작하게 말린 가오리도 안 보인다.

그런 게 있었더라면 모두 주책스런 욕망과 대책 없는 바람기를 뜻했을 것이다.

 

 

 

 

 

 

 

 

 

 

 우유 따르는 하녀도 마찬가지다. 표정과 옷차림에 꾸밈이 하나도 `없다'.

머리를 겸손히 숙이고 묵묵히 제 일에 열중한다.

절제의 슬기로운 덕목에 잘 어울리는 자세다.

 

젊은 여자들의 허영과 변덕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몹쓸 패덕의 패거리를 한 눈에 알아보는 방법을 일러준다.

  

“눈썹을 찡그리면 `자만'이다.

눈웃음을 치고 손뼉을 치면 `아첨'이다.

졸고 있으면 `망각', 팔짱을 끼면 `나태',

장미 화관을 얹고 향유 냄새를 풍기면 `허영',

눈초리가 불안하면 `어리석음',

살이 통통하고 피부가 매끈하면 `육탐'이다.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9)

 

 

 

노성두님의 " 미술이야기1 " 中

 

 

 

 

 

Diana and her nymphs ca. 1653-1654

oil on canvas 97,8 x 104,6 cm

Mauritshuis Royal Picture Gallery, The Hague

 

 

 

 

 

 

 

 

 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654-55

Oil on canvas, 160 x 142 cm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베르메르도 처음에는 이전의 대가들처럼 성서를 기초로한 예수와 관련된 작업을 한것을 볼 수 있다.
이시기에는 아직 베르메르적인 화풍이 확립이 안된 시기로써
고전주의적인 화풍에 충실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The Procuress 1656

Oil on canvas, 143 x 130 cm

Gemäldegalerie, Dresden

 

 

 

 

 이 작품을 시작으로 베르메르만의 화풍이 틀을 잡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의 화면에 자주 나타나는 커튼 내지 양탄자와 같은

화려한 무늬가 있는 천의 표현이 두드러지게 된다.

 

 

 

 

 

  

 

A Maid Asleep 1656-57

Oil on canvas 87.6 x 76.5 cm

The Metropolitan Museum , New York

 

 

 

 역시, 이 작품에서도 화려한 무늬의 천이 등장하고 있다.
구도상으로는 인물을 중심으로 왼쪽의 과일이 담긴 접시와 오른쪽의 의자가 불안정해보인다..
의도하지 않았다면 이렇듯 불안정한 배치를 하지는 않았을것이고,
정물과 의자를 저렇게 화면에서 잘리게 배치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인물앞에 펼쳐진 복잡한 광경을 배경의 문을 반쯤 열어 둠으로써,

공간적인 확장과 동시에 관람자로 하여금 숨쉴여유적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1657

Oil on canvas, 83 x 64,5 cm

Gemäldegalerie, Dresden

 

 

 

 

편지를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별을 알리는 연인에게서 온 편지일까? 여인의 표정이 애절해 보인다.
커튼을 화면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제3자의 입장에서 몰래 들여다보고 있는듯한 착시를 이끌어내고 있다.

 

 

 

 

 

 

Officer and Laughing Girl, c. 1657

oil on canvas  50.48 cm x 46.04 cm

 Frick Collection, New York

 

 

 

 

 

 지도가 등장하는 작품중에 하나로 등를 보이며 붉은색 코트로 보이는 옷을 입은 사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인,,,,
이 작품외에도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베르메르는 좌측에 창문을 배치한 구도의 작업을 많이 하였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안정적인 구도에 따른 것이다.

 

 

 

 

 

 

 

View of Houses in Delft, known as 'The Little Street' c. 1658

Oil on canvas 54,3 x 44 cm 

 Rijksmuseum, Amsterdam

 

 

 

 

 

 

 

 

 

A Lady Drinking and a Gentleman c. 1658

Oil on canvas, 66,3 x 76,5 cm

Staatliche Museen, Berlin

 

 

 

 

 

 

 

Girl Interrupted at Her Music, c. 1658-59

oil on canvas  39.37 cm x 44.45 cm

 Frick Collection

 

 

 

 

 

 

 

A Lady and Two Gentlemen c. 1659

Oil on canvas, 78 x 68 cm

Herzog Anton-Ulrich-Museum, Braunschweig

 

 

 

 

 

 

 

 

 A Lady at the Virginals with a Gentleman 1662-65

Oil on canvas, 73,3 x 64,5 cm

Buckingham Palace, London

 

 

 

 

2차원의 화폭에 3차원의 깊이감을 주기 위해, 방을 더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물건들을 배치했다.

탁자를 덮은 융단 뒤에 빈 의자가 있고, 의자뒤에 여자, 여자뒤에 하프시코드,

그 뒤에 거울, 그리고 마지막으로 벽이 있다.

차례로 겹쳐지는 구성을 통해 앞에서부터 뒤로 공간이 확장된다.

자와 컴퍼스를 들고 평행선을 그려 보면 방의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조차 비례에 맞게 축소되었다고한다.

즉 우리는 베르메르의 그림속  방을 실제로 건축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수학적 질서에 따라 배열된 하나의 소우주다.

 

 

 

 

 

The Concert 1665-66

Oil on canvas, 69 x 63 cm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Boston

 

 

 

 

 

 

 

 

 

 The Art of Painting 1665-67

Oil on canvas, 120 x 10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The Love Letter c. 1669-70

Oil on canvas 44 x 38,5 cm 

 Rijksmuseum, Amsterdam

 

 

 

 

 

 

하녀로 보이는듯한 여인으로부터, 중년여성이 편지를 전달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베르메르가 곳곳에 상징들을 숨겨 놓았다.
몰래 들여다보는듯한 착시를 만들어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은밀한 편지가 오고가는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게끔 하고 있다.
전방의 악보, 들고 있는 악기, 벽에 걸린 그림의 구름표현등은
모두 성적인것을 상징한다고 알려진다.


 

 

 

 

 

 

Allegory of the Catholic Faith ca. 1670-72

Oil on canvas 114.3 x 88.9 cm

 Metropolitan Museum ,  New York

 

 

 

 

"베르메르의 어떤 그림에서는 모든종류의 색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 쓰인 노란색,연한 청색,밝은 회색의 조합은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볼수있는

검정과 하양,회색과 분홍의 조화만큼이나 특징적이다"

 

-빈센트 반 고흐

 

 

 

 

 

 

 

 

 

 

 

 

 

 

 

 

 

 

 

출처 : 이냐시오 영성카페
글쓴이 : inui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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